2. 이름없는 순교자들의 신앙부터 배워야
-프란치스코 교황방문에 붙여
*홍성읍 대교리에 위치한 '홍주순교성지'

8월 14~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은 온 나라가 교황맞이 준비로 부산하게 돌아가고 있다. 교황 이동예정지와 진입로 덧쒸우기 포장공사, 간판 정비를 마치고 충남도청에 종합상황실을 설치, 각종 사고와 응급상황에 대응하며 방문지를 명소로 상품화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 대통령보다 준비와 대접이 융숭한 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른 교황과 달리 개혁적 생각과 행보로 훌륭한 분으로 알고 환영하고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천주교는 교인 중 동양평화의 수호자로 추앙받는 인물 안중근을 버렸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을 때 조선 천주교 교구장이던 프랑스인 뮈텔 주교는 안중근을 살인자라며 파문했다. 안중근의 사촌동생 안명근의 고해성사를 받은 빌렘 신부의 정보보고를 받은 뮈텔은 일본 총독부 아카시 장군에게 밀고해 신민회 회원 등 600명의 독립운동가를 일망타진시켰다.

9년 뒤 3.1독립운동에 우리나라 모든 종교가 앞장섰지만 천주교만 빠졌다. 전 국민이 부른 만세를 함께 불렀다고 신학교 학생들을 뮈텔은 퇴학시켰다.

 

한국 천주교는 안중근의 100주기인 2010년 명동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올리며 신자 자격을 복권시켰다. 하지만 미사를 집전한 정진석 추기경은 "뭬텔 주교가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옹호했다.

안중근이 사형 당할 때, 전 동학 농민전쟁으로 30만 명이 죽어갈 때, 3.1운동으로 5만 명이 검거되고 7500여 명이 살해당할 때, 일제 강점기의 고문, 위안부 동원, 수탈로 동포들이 신음할 때, 다른 종교들이 동포와 함께 고난을 받을 때 천주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천주교는 내포 순교자들을 현양하기 앞서 안중근과 민족 동포에게 참회부터 해야하는것 아닌가 ?

 

교황의 주요 방문지는 수도 서울이 아닌 충청도, 그것도 내포지방이다. 내포 천주교회는 조선 후기 박해를 받으며 성장한 천주교회에서 ‘신앙의 못자리’ 역할을 했다. 한국인 최초의 신부 김대건 신부를 배출하는 등 조선 후기 천주교회 성장의 큰 축이 됐다.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 예방을 시작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선왕조 때 박해로 숨진 순교자 124위의 시복식에 참석하고 대전과 해미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다. 시복식은 순교자나 교회가 인정하는 사람을 복자품에 올릴 때 행하는 의식이다. 124위 시복 대상자 중 49위가 충남 출신이며, 4명은 홍성출신이다.

홍성 즉 홍주지역에는 1792년부터 약 80년 동안 212명의 순교자를 냈는데 무명의 순교자까지 합치면 1천명에 이르는 백성이 순교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누가 그들을 죽였나? 조선 정부 권력 아니었나? 홍주 목사가 아닌가 ? 지금 우리는 홍주성 감옥을 만들어놓고 구경하고 있지만 당시 우리 지역 평민 신자들은 목숨을 걸고 홍주아문을 넘나들었다. 신앙을 갖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많은 목숨을 빼앗았다. 그런데 오늘 홍성군수를 비롯해 청양군수 등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교황 방문을 경쟁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홍주목사와 조선정부를 대신해서 홍성군수와 박근혜대통령은 그 신자들의 대표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죄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 4.3사건에 찾아가 정부 대표로 공식 사과한 것처럼 말이다.

오늘 우리는 화려하게 방문하는 교황에 대한 환영이나 교황 방문을 통한 장사를 생각하기 앞서 이름없이 목숨을 바치며 종교의 자유와 평등을 지켜낸 순교자들의 신앙을 숭상하는 일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진리를 위해, 민중의 고통을 함께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성찰하고 가다듬어야 하지 않겠는가./2014년 8월 12일 이 번 영

글쓴날 : [14-08-12 15:16] 이종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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